《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거절 불안 이야기다.
엄마랑 둘이 살던 소년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숙모네 맡겨졌다.
그 동네엔 세발이라는 개가 있었는데 언제부터 세발이가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발이는 소년을 보면 꼬리를 살랑 흔들었지만 소년은 모르는 척을 했다.
어느 날 학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세발이가 꼬리를 흔들며 소년을 보고 있었다.
그 이후 소년은 세발이와 자주 만나서 뛰어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숙모와 사촌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쟤는 학교도 안 가고 더러운 개랑 노는 거예요?"
"너는 저 아이와 달라."
눈을 뜨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세발이가 걱정돼 찾으러 다니다가 쓰레기통 아래에 뒷발이 묶여 있는 세발이를 발견했다.
눈을 털어 외투 안으로 감싸 안았다.
겨울이 끝나가고 소년은 숙모 집을 나오기로 했다.
마지막 날, 차를 타고 떠나는 길에 세발이가 소년을 봤다.
세발이는 차를 따라 빠르게 달렸다.
차가 큰길로 나왔을 때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멈추고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소년은 어른이 되어 여전히 혼자 걷고 있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p.174 나는 지금도 힘이 들 때면 가끔 이 책을 펼친다. 버려지고, 거절당하고, 조롱받고 주저앉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지 않겠다며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아이의 모습이 내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나의 인생 역시 그러하기에 너무 깊이 공감된다.
힘들 때면 언제나 무너져 내렸다.
이제야 앞으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이 '하루에 한 걸음'이다.
힘들지만 하루에 한 걸음 정도면 걸을만하겠다 싶고,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다는 마음의 위안이 된다.
나도 앞으로는 힘이 들 때면 이 책을 보고 위로받아야겠다.
p.175 그래도 현실에 발을 내딛기가 어렵다면 주변에 누구 한사람에게라도 부탁을 해보자. 그냥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지지해달라고. 그냥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만 달라고. 꼭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도 좋다. 너무 힘이 들 때는 지나가는 사람의 따뜻한 한마디 말에도 왈칵 눈물이 나듯 거절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래."라는 수락의 말 한마디가 응원이 되니까.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호락호락해지진 않을 것이다. 성격이 금세 바뀌기도 어렵고, 마음속 상처가 순식간에 없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힘든 순간을 이겨낸 경험은 두고두고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사는 동안 크고 작은 벽에 부딪칠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 그림책 속의 아이가 계속해서 혼자 임에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몇 년 전,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깜박하고 계산대에 우산을 놓고 간 적이 있다.
마트를 빠져나오기 전에 아차 싶어 다시 돌아가니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계산을 하고 계셨다.
나는 그 앞으로 우산을 스윽 빼가려는 찰나,
한 아주머니께서 우산 찾으러 왔냐며 어쩐지 우산이 여기 있더라 하며 유쾌하게 웃으셨다.
그때의 난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고
작은 우산 하나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그분들께 위로를 받았다.
나도 저 아주머니처럼 작은 것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저자는 작은 창문이 수없이 나 있는 오피스텔 건물과 그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문을 볼 때마다
작은 방에 종일 웅크리고 있었을 스무 살 언저리의 자신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저 문 뒤에서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키우고 있을까,
꽉 닫힌 문이 영영 열리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그러나 그 문을 누가 대신 열어줄 수는 없다.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결국에는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한 명이라도 세발이처럼 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기도하며 내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한다.
나도 저자처럼 한 명이라도 내가 마음 써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한 명을 위해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마음 성장 노트
1)거절당한 경험 때문에 누군가를 먼저 밀어내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처음 거절을 부모님께 받아서 그런지 아주 오래되고 지독한 패턴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나의 경우, 모든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너무나 불편하며,
(작은 친절을 받았을 경우에도 신세라고 생각하게 된다.)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을 당연히 안 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떻게든 혼자 처리해보려고 하고 당연히 비밀 같은 건 일체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대부분 친구에게 털어놓거나 조언을 듣거나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연락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결국 고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 같다.
2)당신이 받아본 가장 따듯한 위로는 어떤 것이었는가.
상담 선생님께 받았던 위로가 생각난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든 다치지 않게 말을 하고 싶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사르르 녹았다.
3)책 속의 주인공처럼 의지가 되고 생각나는 세발이와 같은 존재가 있는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안부 편지를 써보자.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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