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강박장애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책은 《규칙이 있는 집》.
주인공 이안은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다.
반면 이안의 누나인 제니는 절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이안의 방안에는 규칙들이 적혀있고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있다.
제니는 과자를 다 떨어뜨리며 정리가 안된 캐리어를 끌고 나온다.
아빠와 제니, 이안은 숲 속 통나무집으로 놀러 간다.
그 통나무 집에는 규칙이 네 가지 있었다.
이안은 규칙을 잘 지켰지만 제니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 사실에 대해 이안이 지적하자 제니는 화가 나서 4번째 규칙인 '빨간색 문을 절대로 열지 말 것'을 어기고 문을 열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러그, 욕조, 난로가 차례로 와서 저녁으로 제니를 먹겠다고 했다.
이안은 그 사이에 칫솔을 들고 밖으로 도망쳤지만 이내 곧 멈칫했다.
'누나가 괴물들에게 잡아먹히게 되면 반드시 구할 것'이라는 규칙은 없지만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통나무 집으로 돌아가 괴물들에게 나부터 먹는 건 어떠냐며 칫솔을 휘둘렀다.
그러자 러그가 네가 들고 있는 게 뭐냐고 물었고 이안은 칫솔이라며,
'언제나 칫솔을 챙길 것' 이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고 말했다.
칫솔이 없다면 너희 모두 규칙을 어긴 것이고, 그렇다면 큰 괴물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며
'거짓말하지 말 것'이라는 규칙을 어기면서 거짓말을 했다.
결국 괴물들은 도망갔다.
p.125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정한 생각에 시달리거나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대표적인 강박 행동은 청결, 반복, 정렬, 저장 등이다. 지나치게 자주 씻거나 청소를 하는 행동, 물건을 정해진 자리에 두고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배열하는 행동,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모으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p.126 강박장애의 가장 큰 심리적 원인은 불안이다. 알람을 수십 번씩 다시 맞추는 이유는 알람이 울리지 않아 다음 날 회사에 지각하게 될까봐 불안해서이고, 가스밸브를 잠근 뒤에도 자꾸 확인하는 것은 가스가 새서 큰 사고가 날까봐 걱정하는 까닭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음료수병 줄 세우기, 쓸모없는 물건을 주워와 쌓아두는 행동도 당사자에게는 불안을 없애는 방법이다.
p.127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지, 어째서 고치지 못하는지 의아해하지만, 당사자는 입장이 다르다.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 자신도 괴로워하며, 달라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의지와 달리 자꾸만 떠오르는 불안을 떨쳐낼 수 있으니 더욱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생각에 시달리는 증상이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끔찍한 장면이 팝업창 튀어나오듯이 불현듯 나타난다. 그리고 뭔가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도 조금 있다. 뭔가를 만지면 꼭 손을 씻어야 하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더 심해진 듯하다. 가장 불편한 점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저자는 강박 행동을 고치는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이 정해둔 틀을 깨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틀을 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규칙이 있는 집》이라는 그림책을 추천한다고 한다.
p.131 규칙에 대한 강박이 있는 아이가 규칙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기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안이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강박의 틀을 깨버렸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강박을 일으키는 원인보다 더욱 중요하고 강력한 '필요'에 의한 것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p.133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과 주변을 통제하고픈 욕구가 있다.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으면 좋겠고, 그렇게 안되면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확연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일어나는 일은 별로 없다. 내가 애쓴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생각에서 조금은 놓여날 필요가 있다.
한때는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런데 그건 모순된 생각이었다.
어떻게 세상일이 자로 재듯 딱딱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지금은 일어나는 일을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 청소년 감정코칭 과목에서 배웠던 인지적 수용이 떠오른다.
인지적 수용이란 떠오르는 생각이나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이나 일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 그 자체가 옳다고 인정하거나, 상황이나 일이 그럴만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생각을 바꾸니까 덜 감정적이게 되는 것 같다.
마음 성장 노트
1)주변에서 강박적 습관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다. 티비에서는 종종 봤다. 집안에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하게 왜 저러고 살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랬구나 싶었다. 아빠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 손가락질받는 사람들도 다 이유가 있다.
2)나만의 틀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무엇인지 적어보자.
내가 해놓은 그대로 되어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안의 창문을 열어두었으면 꼭 열려있어야 하고, 내 방안의 물건들은 내가 해놓은대로 꼭 그렇게 유지 돼야 한다. 누가 건드리면 즉시 화가 난다.
3)'절대 ~해선 안돼' → '~할 땐 ~해선 안돼' → '~할 땐 ~ 할 수도 있어'로 바꾸어보는 연습을 해보자.
예)절대 화 내선 안돼 → 어른 앞에서 화 내선 안돼 →어른이 비합리적일 땐 화를 낼 수도 있어.
1.화장실 문은 절대 닫아 놓으면 안 돼 → 엄마가 잊어버리고 조금 닫아 놓을 수도 있지 → 화장실 문이 조금 닫혀있어도 강아지는 화장실을 잘 가니까 괜찮아
2.내 방 창문은 절대 내가 해놓은 대로 돼있어야 해 → 마당에 나갔다 들어오면 깜박 잊고 내가 해둔 대로 못할 수도 있지 → 나도 가끔은 내버려 둘 때도 있잖아
출처: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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