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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관계를 읽는시간ㅣ문요한ㅣ더퀘스트

 

아래에 내 이야기가 있나요?

· 자신을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상사에게 오히려 더 인정받으려고 애쓴다.

· 누군가 이성적인 관심을 보이면 질겁하고 차단부터한다.

·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얘기했다는 것만으로 화를 못 참는다.

· 바람피우는 애인과 헤어지고 또 바람기 있는 애인을 만난다.

· 나보다 항상 상대가 먼저이고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 내 주장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

·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돌보느라 자신은 뒷전이다.

·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도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기 어렵다.

·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 빚진 느낌이 들어 빨리 갚아버려야 마음이 편하다.

 

 

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합니다. 인생 전체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 수도 있고요. 제가 그렇습니다. 누군가와 있어도 항상 불편하고 그 자체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이제는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정독했습니다.

 

사람에겐 '관계의 틀'이 있습니다. 일정한 모양의 빵을 구워내는 빵틀처럼요.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도 비슷한 관계 방식을 되풀이합니다. 이 기본 틀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졌고,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 신념, 애착, 갈망 등이 그 기본 틀을 붙들어 매고 있는데다가, 그 틀 덕분에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과거의 관계 틀을 이해하고, 어른의 관계 틀로 바꾸는 데 바운더리 개념이 무척 효과적인 도구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바운더리란 무엇일까요?

 

 

 

바운더리의 뜻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여야합니다.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바운더리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바운더리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요?

 

 

 

첫 관계가 우리의 관계를 지배한다

p.240 어린아이들은 사랑하는 양육자의 감정, 생각, 욕구, 기대를 그대로 흡수한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최초의 욕망은 자아의 욕망이 아니라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욕망이다. · · · 그러나 자아가 형성되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욕구와 자신의 욕구가 다른 것을 알고, 부모의 생각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된다.

육아를 할 때 부모님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생각, 감정, 욕구, 기대를 조절하면서 사는 게 가능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도 닦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렇다면 바운더리는 어떻게 세우는 걸까요? 

 

 

 

내게 반복되는 '관계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

p.243 첫째, 나의 지금 관계와 과거 관계를 연결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사람에게 끌릴까?' '나는 이 사람과 왜 이렇게 인간관계를 맺을까?' '나는 왜 비슷한 관계를 반복하고 있을까?' '나는 왜 상대가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데도 불쾌하다는 말을 하지 못할까?' '나는 왜 누군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경계하거나 밀쳐내려 할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행동 패턴이 있습니다. 이것을 '내적 작동 모델'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성찰함으로써 교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계 역사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둘째, 부모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나쁜 엄마' '나쁜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치유가 이루어지면서 '왜 엄마(또는 아빠)는 나한테 그렇게 했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순간이 온다. 다시 말해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왜 그 사람은 그렇게 했는가?'라는 3인칭 관점으로 부모를 바라보게 될 때가 온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나처럼 어떤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가지고 어른이 되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느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은 없는 '상처의 역사성'을 지각할 수 있다.

상처가 크고 다 아물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관점입니다.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어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나 힘들 땐 남 힘든 거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살만하니까 남이 힘든 것도 이제 조금씩 보입니다.

 

 

 

저희 집에도 마트료시카 인형이 있습니다. 제가 가족들 중 최초로 그 상자에서 나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무엇을 이해할 것인가?

p.248 상처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심리적으로 성장하려는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역기능적인 관계의 패턴을 자각해야 한다. 이 책에서 이를 다 언급할 수는 없으므로 이해를 돕기 위해 꼭 필요한 질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하나 깊이 고민해보고 답변하기 바란다.

자신의 역기능적 관계의 패턴을 알아본 후, 바운더리를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아래의 체크리스트에 답해보세요.

 

 

바운더리를 세우는 자기표현 훈련 P.A.C.E

p.267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다시 세운다는 것은 '나도 존중하고 상대도 존중하는 상호존중의 태도'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그 핵심은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자기표현 훈련 네 단계

1단계 일단 멈춤 Pause - 멈추고 자동반응을 보류하는 연습

바운더리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부터 하고 본다. 예) 누가 부탁하면 알았다는 대답부터 하는 사람, 누군가 접근해오면 바로 싫다고 반응하는 사람 등

일단 STOP! 처음에는 자동 반응을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느끼는 것이 사실인지, 상대는 나를 무시한 것인지 아닌지, 상대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등을 관찰해야 한다.

 

2단계 알아차림 Awareness  - 내 감정과 욕구 그리고 책임 알아차리기

이유 없는 멈춤은 오래가지 못한다. 멈춰 섰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려야' 한다. 몸의 지각에 주의를 기울이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일차적으로 신체 감각을 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 몸의 열감, 심장박동, 호흡, 어지러움, 통증, 근육의 경직감 등

 

감정 인식의 중요한 두 가지 측면

첫째, 감정을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감정조절에 도움이 된다.

둘째, 감정을 정확히 알수록 욕구 또한 명료해진다.

 

3단계 조절 - 상황과 상대에 따라 자신의 반응 조절하기

인간관계에는 정답이 없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시기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각자 처한 상황과 마음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조절의 세 단계

첫 번째, 나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한계를 조절한다.

예) 여자 친구랑 헤어질 때 늘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던 남자가 있다고 해보자. 자신에게 바쁜 일이 있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여자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보낼 수도 있다.

두 번째,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눈치를 보고 지레짐작하기보다는 '질문'일 수 있다. 

세 번째, 통합하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는 나도 중요하고 상대도 중요하고 관계도 중요하다. 따라서 서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계 조절과 관련하여 명심할 두 가지

첫째, 한계를 조절하는 주체는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다.

둘째,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4단계 자기표현 Self-Expression - 솔직하게 그러나 정중하게

인간관계에서 자기표현의 핵심은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뒤에 있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솔직하면서 정중한 자기표현 세 가지

첫째, 상호주의적 표현

서로의 차이에 대해서 "난 이렇게 느끼는데(생각하는데) 넌 그렇게 느끼는구나(생각하는구나)!"라는 표현이 상호주의적 태도다. 

예) 맛있게 먹은 음식점에 친구를 데려갔다. 그런데 친구가 음식이 너무 맛없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 경우 누구 입맛이 맞는 것인가? 정답은 없다. 진실은 각자 입맛이 다른 것이다. 통일시킬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다. 맛있게 먹은 내가 맛없다며 동조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어!" 라며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다.

 

둘째, 상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내 상황이나 마음에 대한 솔직함

상대를 판단하는 표현이 들어갈수록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듣는 사람에게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판단,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이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셋째,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는 내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내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높은 배려이며,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토대가 된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다. 표현해야 한다. 당신이 표현하지 않은 이상 상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표현 훈련 P.A.C.E

 

 

아래의 원칙을 읽고 나서 머리가 딩 울렸습니다. 특히 1번. 내가 뭔가를 표현할 때 누군가의 동의, 허락이 필요 없다는 것에서 놀랐습니다. 아주 당연한 것인데도요.

 

 

인간관계란 저에겐 참으로 어렵습니다. 인생 숙제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난 뒤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긴장감이 심했는데 지금은 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이 책 덕분에요. 물론 아직 완전히 숙제를 끝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벼워진 딱 그만큼,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바운더리를 다시 세우는 연습을 통해 이제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