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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걸음

힘드신가요?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저에겐 <시>라는 노트가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를 보면 적어두었다가 가끔 들여다봅니다. 오늘의 시는 그 노트에서 꺼내보았습니다.

 

 

 

쓸쓸한 편지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보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시에서처럼 잠들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버티기 힘든 일이 찾아올 때는 누구나 그렇지요. 그래서 저도 나그네새의 집에서 긴 휴식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나그네새

북쪽 번식지로부터 남쪽 월동지로 오가는 도중, 봄 · 가을 두 차례 한 지방을 통과하는 철새.

 

싸리

콩과의 낙엽 활엽 관목. 산과 들에 흔히 나는데, 키는 2m가량 자라며 가지를 많이 침. 잎은 세 잎씩 나며, 6~7월에 홍자색 꽃이 핌. 소형. 싸리나무.

 

어리다

1) (눈에 눈물이) 조금 괴다. 예) 눈물이 어린 눈.

2) (어지러운 빛깔 따위에 눈이) 어른어른하다. 예) 화려한 장식에 눈이 어리다.

3) 어떤 기운이나 현상이 나타나다. 예) 애정 어린 눈빛. / 산과 들에 봄기운이 어리다.

 

 

싸리나무. 출처:네이버

불쑥 힘든 일이 찾아온다면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 머물면서 아침햇살을 기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

 

 

 

출처:동아 새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