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족관계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그럴 때 핵심이 되는 가족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잘 들어주지 않아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말이 받아들여질까 골몰하다가 며칠 전에 사놓은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이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YES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p. 5 이 책은 상대방의 마음에 견고하게 서 있는 벽을 해체하여 내 말을 듣게 만드는 대화법을 다룹니다. ··· 세상을 움직이는 두 가지 원리인 물리와 심리는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멘트 벽은 망치로 때릴수록 약해집니다. 그러나 심리적인 마음의 벽은 정반대입니다. 때리면 얼핏 부서지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더 단단한 저항성을 갖춥니다.
p. 6 우리는 의사소통에서 인간의 심리를 물리적 원리로 풀어 가려고 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릅니다.
'밀면 밀린다. 당기면 당겨진다. 두들기면 부서진다.'
이것은 물리 법칙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밀면 오히려 당겨지고, 당기면 오히려 멀어진다.'
'두들기면 부서지기는커녕 더 강하고 단단해진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심리 법칙을 활용한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이는 자기 자신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대화법을 돌이켜보니 물리적인 원리로만 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당연히 상대방 마음의 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p. 9 말의 위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느닷없이 "이 자식아" 하고 욕한다면, 그의 마음은 요동칠 것입니다. 지극히 부정적인 파동이 생길 것입니다. 또 "저는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라고 말해도 상대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일어날 것입니다. ··· 이 모든 것은 말이 만들어 낸 변화입니다. 말은 그냥 떠들어 대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말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 표현할 수 있느냐가 힘과 권력 외에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말 한마디에 상처 받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 것을 대부분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이것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목차입니다.
제가 도움받은 부분은 챕터 2와 챕터 3입니다.
p. 64 "이건 가장 싼 물건입니다." (X)
"이게 가장 싼 모델이라는 건 아셨죠?" (O)
"이것은 싸다"고 이야기하면 우리 뇌는 '이 물건은 좋은가, 나쁜가?' 의심합니다. 그러나 "이 모델이 제일 싼 물건이라는 건 아셨죠?"라고 하면, 우리 뇌는 반사적으로 '이 물건이 제일 싸다는 걸 내가 알고 있었나,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정말 싼지 싸지 않은지 비판적 사고로 따져 봐야 하는데, 엉겁결에 '이 물건이 싸다는 걸 내가 알고 있었나, 몰랐나?'라는 사실에 뇌의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입니다.
에릭슨 화법의 밑바탕에 깔린 논리는 전제입니다. 인간은 표면적 의미는 의심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전제는 잘 의심하지 않습니다.
p.76 '자, 발도 풀고 다리도 푸세요.'
··· 에릭슨이 풀고 싶은 건 다리가 아니라 내담자의 마음의 벽입니다. 여기에서 에릭슨이 "제가 최면을 잘 걸기 위해 마음을 열어주세요."라고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p. 78 마음은 몸에서 나오고 몸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음을 풀려면 몸을 풀어야 하고 몸을 풀려면 마음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 마음은 대부분 자세에서 나옵니다. ··· 직접적으로 하는 말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에릭슨이 "마음을 풀라"고 하지 않고 "다리를 풀라"고 한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위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전략적인 대화를 구성하였습니다. 일단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필요한지를 다른 것에 대입하여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전제를 깔아 두고 시작했습니다.
p. 183 이를 위해 '내가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다. 아마도 내가 틀리고 이 사람이 맞을 것이다'라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 지구는 한 개가 아닙니다. 인구가 60억 명이면 지구도 60억 개 존재합니다. 우주는 어떤 객관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서 주관적으로 구성되어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서로 다른 우주에 사는데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상대방의 우주에서는 당연히 상대방이 옳습니다. 상대방 의견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지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걸 말해 준다 한들 상대가 인정할리 없으니, '그의 우주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취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어쩌면 대화의 진정한 목적은 상대방이 사는 우주의 모양을 파악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은 저의 기준이지요. 다른 사람과는 아주 잘 지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을 우주라고 표현했는데요, 단번에 이해가 되는 표현이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인생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생각해 온 것들이 그 사람만의 기준으로 옳다/그르다 라고 정의되어있을 텐데 그게 과연 틀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그냥 '저 사람은 그런 우주에 사는 사람이구나,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부모님 한 분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라온 저는 직설적 대화법을 주로 해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직설적으로 주입하는 메시지는 반드시 튕겨져 나간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마음의 벽이 높고 단단한 사람에게 저의 대화법이 스며들리 없었습니다. 저의 대화법도 잘못되었고요. 이 책으로 인해 저의 대화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항상 책상 옆에 두고 반복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밀턴 에릭슨에 대한 저서를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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